큰 재해 전 작은 징후는 존재한다(하인리히 법칙)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은 한 번의 큰 재해가 있기 전에,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나 징후들이 먼저 일어난다는 법칙을 말합니다.
1931년 미국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던 하인리히는 수많은 산업재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미 있는 통계학적 규칙을 찾아냈습니다.
평균적으로 한 건의 큰 사고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300번의 잠재적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하인리히 법칙을 흔히 ‘1 : 29 : 300의 법칙’이라고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빙판에 미끄러져 크게 다쳤다면 그 이전에 같은 빙판에서 29명의 사람이 넘어져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300명의 사람이 넘어질 뻔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얻어낸 통계적 수치이기에 크게 다치게 되는 사람이 꼭 나중에 발생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처음에 넘어질 뻔했던 사람이나 그것을 지켜본 사람이 이를 잠재적인 위험으로 인식하고 빙판을 깨서 제거하거나 안내표시를 해두는 등의 조치를 했다면 1명의 큰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커지게 됩니다.
이처럼 하인리히의 법칙은 사고나 재난이 한순간에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라 그 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채 슬금슬금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십 번의 예비적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나 전조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무시하고 방치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치명적인 대형사고나 재난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20세기 초기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감독관들은 노동자의 부주의가 근본 원인이라고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하인리히에 의해 모든 사고의 95%가 사전에 노출된 위험요소를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결과임이 밝혀졌습니다.
하인리히의 도미노 법칙(사고 발생 5단계)
하인리히는 이러한 재해의 발생이 그 원인에서부터 시작하여 5단계의 연쇄반응을 통해 발생한다는 도미노 이론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말한 5단계는 유전적 요인과 사회적 환경, 개인적 결함, 불안전한 행동과 상태, 사고, 상해로 이어집니다.
하인리히는 이 5단계의 도미노 현상 중 3번째인 ‘불안전한 행동과 상태’를 제거함으로써 상해로 치닫는 연쇄반응을 끊는 것이 안전관리의 주안점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마치 쓰러져가는 도미노의 중간을 막아내면 잇따라 쓰러지던 골패가 멈추듯이 말입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불안전한 행동과 상태는 사고 발생의 주요한 요인이며 재해를 수반하는 사고의 대부분은 이를 방지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불안전한 행동이란 안전조치를 불이행하거나 위험한 장소로 접근하는 등 인간의 불완전한 행동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을 말하며,
불안전한 상태란 주위 환경의 위험요소나 작업방법의 결함 등과 같이 물리적인 위험요소의 존재를 일컫습니다.
더 나아가 하인리히는 불안전한 행동과 상태 중에서도 불안전한 행동, 즉 인간에 의한 사고 발생이 88%에 이른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안전수칙을 철저히 따르고 안전장치와 보호구를 착실히 착용하며 사소한 일이라도 안전하지 못한 상태를 방치하지 않는 것만으로 개인과 사회의 고통으로 이어질 대형사고나 재해의 상당수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기회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훨씬 이득인 행동입니다.
이렇게 하인리히의 이론을 쫓아가다 보니 우리 선조들의 옛말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그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와 ‘모든 것은 사람 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입니다.
하인리히가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안전에 대한 원리를 이끌어냈다면 우리 선조들은 경험을 통해 안전에 대한 통찰을 유추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거의 실수를 통해 큰 틀에서 좀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재에 의한 대형사고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의 해안이 그러했고 하인리히의 집요한 분석이 그러했듯이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기는 것은 언제나 사람으로 인한 재해임을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예고된 인재 사례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그리고 최근의 2014년 세월호 침몰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생명을 앗아간 대형사고가 적지 않습니다.
업무태만, 안전교육 및 훈련 미비, 정비 불량 등 사소해 보이는 전조(前兆)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1997년 말 우리나라의 IMF(국제 통화 기금) 구제금융 신청,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 이미 경험한 경제위기에 대해서도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하는 견해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