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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핼러윈) 축제의 역사(feat. 종교적, 문화적)

by 뫼비우스토리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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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교적 배경

그리스도교가 전파되기 전, 켈트 족은 성직자 드루이드가 창시한 드루이드교를 따랐습니다.

 

토속 신앙을 없애고 그리스도교를 정착시키려는 입장에서 윤회와 전생을 믿고 죽음의 신을 세계의 주재자라 믿는 드루이드교는 확연히 이교도적이었습니다.

 

할로윈의 원류가 된 사윈 축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톨릭은 켈트 족의 축제를 사악한 악령과 연결 지었고 드루이드교가 악마와 사악한 힘을 숭배한다는 낙인을 찍었습니다.

 

 

서기 601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는 선교사들에게 민간의 믿음과 풍습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리스도교 교리로 변환시키라는 칙령을 내렸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나무를 숭배한다면 그 나무를 잘라버리지 말고 예수의 이름으로 축성한 뒤 계속 모시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그리스도교가 퍼져나가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했고, 이후 가톨릭 선교의 방침이 됐습니다.

 

토속 신앙에서 기념하던 축일들 역시 없애는 대신 그리스도교 축일로 대체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12월 25일에 지내는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원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전해지나 서구의 여러 민족이 지내던 동지 축제를 그리스도교의 축일로 받아들인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한편, 하지 축제는 성 요한의 날로 흡수됐다.

 

 

 

그러나, 이러한 선교 정책은 토속 신앙의 색채를 감소시키기는 했지만 완전히 사라지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이승을 방문하는 죽은 영혼들의 평온을 빌고 악령을 물리친다는 사윈 축제의 상징성은 그 뿌리가 깊고 강력해 이를 흡수하고 대체할 다른 축일이 필요했습니다.

 

이전에 그리스도교는 만성절을 11월 1일 혹은 성령강림절 이후 첫 번째 일요일에 치러왔는데, 800년경 이것을 11월 1일로 고정시켰습니다.

 

사윈 축제는 자연스럽게 만성절 전날 치르는 행사가 됐으며 ‘할로윈’이라는 이름도 ‘만성절 전야’라는 의미의 ‘올 핼러우스 이브’(All Hallows’ Eve)가 변형된 것입니다.

 

 

 

만성절이 사윈 축제를 흡수한 뒤에도 10월 31일의 행사는 끈질기게 이어졌으며, 오랜 세월 사람들과 함께해온 고대 켈트의 문화는 현대의 옷을 입고 세계적인 축제 할로윈으로 되살아났습니다.

 

 

 

2. 미국의 할로윈 축제

① 할로윈 축제 문화의 전파와 정착

미국에서는 매년 가을 추수 감사의 의미를 지닌 축제를 벌이는 것이 일상화돼 있었고, 19세기 중반까지 할로윈은 유럽에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 특정 지역에서 지내는 소규모 행사였습니다.

 

18세기에는 미국으로 이주한 25만여 명의 스코틀랜드 ·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뉴 잉글랜드와 메릴랜드, 일부 남부 지역에서 할로윈 축제를 치렀는데,

 

이 무렵의 할로윈은 한 해의 수확을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하고 이웃과 함께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억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며 춤과 노래를 즐겼고, 여기에 유령 얘기나 짓궂은 장난이 일부 포함되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1840년대 중반에서 1850년대 초에 걸쳐 아일랜드를 덮친 대기근으로 아일랜드 이민자 1백만 명이 미국으로 대거 유입됐고, 이들이 미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할로윈 축제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생전에 악행을 많이 저질러 천국과 지옥 양쪽에서 거부당한 구두쇠 ‘잭’의 영혼이 들고 다녔다는 호박 등불 잭오랜턴(Jack-O’-Lantern)도 이때 함께 전파됐습니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는 원래 순무로 등불을 만드는 전통이 있었으나 미국에 건너와서는 순무보다 흔한 호박으로 대체됐습니다.

 

 

한편, 오늘날 할로윈의 대표적인 행사로, 아이들이 마녀나 요정, 유령, 인기 만화의 주인공 등으로 분장하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먹을거리를 얻는 놀이를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라고 부릅니다.

 

이 명칭은 아이들이 외치는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trick or treat)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며, 놀이 자체는 중세의 풍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세에 그레이트브리튼 섬과 아일랜드 지방에는 만성절이나 위령의 날(All Souls’ Day, 가톨릭 교회의 축일로 모든 사자를 위해 기도하는 날)이 되면 이웃에게 음식과 동전을 베푸는 ‘소울링’(souling)이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아이들 혹은 가난한 이들이 찾아와 노래를 부르고 망자를 위한 기도문을 읊으면 사람들은 그 답례로 소울 케이크(soul cake)라 불리는 작은 케이크를 줬습니다.

 

 

 

근대에 들어 나타난 ‘가이징’(guising) 역시 트릭 오어 트릿의 원형이 됐습니다.

 

‘가이징’이라는 이름은 ‘변장하다, 위장하다’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디스가이즈’(disguise)에서 가져온 것으로, 분장을 한 아이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음식과 동전, 사과나 견과류 등을 받은 것을 가리킵니다.

 

1895년 스코틀랜드에 이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남아 있으며, 아이들은 집 주인이 자선을 거부할 경우 문 앞에 더러운 것을 놓아두거나 낙서를 하는 등 심술 섞인 장난을 쳤다고 합니다.

 

지금도 과자를 주지 않으면 창문에 비누로 낙서를 하는 식의 관습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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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미국 할로윈 축제의 발전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의 할로윈은 일부 이민자들이 치르는 소규모 지역 축제였으며, 1900년대 이전에 할로윈을 다룬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기록은 1911년의 것으로, 뉴욕 인근의 온타리오 주 킹스턴에서 발간한 신문에 ‘아이들이 저녁 6시부터 7시 사이에 가게와 이웃집을 다니면서 노래와 율동을 보여주고 견과류와 사탕을 얻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기록으로 1915년 지역이 밝혀지지 않은 신문 기사와 1920년의 시카고 지역 신문에 실린 기사가 있습니다.

 

1919년 문화사가 루스 에드너 켈리(Ruth Edna Kelley)가 발간한 책에서도 할로윈 축제를 다루고는 있으나 분장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다만, 이 무렵부터 할로윈을 기념하는 엽서가 발행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아이들이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며 과자를 얻으러 다니는 현재와 같은 모습의 할로윈은 1930년대 이후 광범위하게 퍼져나갔습니다.

 

1934년 기사에 ‘트릭 오어 트릿’이 처음 언급됐고, 1930년대 말에는 이 풍습이 더욱 널리 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설탕을 배급제로 제한하면서 잠시 주춤했으나 전쟁이 끝난 뒤 어두운 사회 상황을 떨쳐내기 위해 축제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할로윈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1947년 10월에 발행된 『잭 앤 질 앤드 칠드런스 액티비티스』(Jack & Jill and Children’s Activities)라는 아이들 잡지에 ‘트릭 오어 트릿’을 주제로 한 글이 실려 있습니다.

 

또, 1946년에 방송된 라디오 프로그램 <베이비 스눅스 쇼>(The Baby Snooks Show)와 1948년 <잭 베니 쇼>(The Jack Benny Show), <오지와 헤리엇의 모험>(The Adventures of Ozzie and Harriet)에서는 할로윈 관련 에피소드로 ‘트릭 오어 트릿’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1952년,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오지와 헤리엇을 주인공으로 삼아 ‘트릭 오어 트릿’을 에피소드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에 유니세프(UNICEF)가 아이들을 위한 자선 기금 모금을 위해 만든 캠페인 영상에도 ‘트릭 오어 트릿’이 등장합니다.

 

 

 

물론 이 풍습이 모두에게 순조롭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닙니다. 몰려다니면서 사탕을 달라며 조르고 장난을 치기도 하는 행위를 공공기물 파손과 비슷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193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신문들은 꾸준히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뉴욕에 근거를 둔 매디슨 스퀘어 보이스 클럽(Madison Square Boys Club)은 1948년 할로윈에 ‘미국 소년들은 구걸하지 않는다’(American Boys Don’t Beg)고 적힌 깃발을 들고 행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50년대 중반 이후 ‘트릭 오어 트릿’은 교외에 새롭게 조성된 주택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할로윈을 대표하는 풍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980년대까지 이어지던 할로윈의 모습은 1990년대 이후 변화를 보였습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구가 늘어났고, 이러한 풍습에 익숙하지 않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과거에는 동네에서 아이들끼리 돌아다니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도시 환경이 달라지면서 범죄와 사고가 급증했고, 안전하게 ‘트릭 오어 트릿’을 하기 위해서는 어른이 동행해야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웃집을 찾아가는 대신 쇼핑몰 등에서 준비한 할로윈 행사를 통해 아이들이 사탕이나 쿠폰을 받게끔 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상업화된 할로윈 행사에는 일반적으로 어릿광대나 놀이 기구, 체험 프로그램 등이 포함됩니다.

 

 

 

3. 할로윈 문화의 파급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의 영향으로 시작돼 미국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은 할로윈 문화는 20세기 들어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남아메리카 등으로 파급됐습니다.

 

영국에는 고전적인 할로윈 전통이 존재했음에도 미국식 할로윈 문화가 더욱 널리 퍼져나갔고, 현재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할로윈 축제를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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